1장: 야마하 신디사이저의 기원
Electone에서 시작된 진화
최초 전자 악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은 1920년대부터 이미 있어왔지만 전자 오르간만큼 대중음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개발된 것은 없었습니다. Electone®("Electone"은 야마하의 전자 오르간 제품명(상표))은 1959년 D-1과 함께 처음 등장했습니다. 진공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유사 악기들 틈에서D-1은 모듈이 트랜지스터에만 의존한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Electone은 음향 합성 측면에서는 현대 신디의 장을 마련했지만, 당시 야마하 사장이 "장난감 악기"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쿠스틱 악기와 같은 표현력은 부족했습니다. Electone은 건반 하나를 누르는 즉시 소리가 나지만 이 소리는 건반에서 손을 떼는 즉시 갑작스러운 기계적 차단 음향과 함께 멈추게 됩니다.
당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시간 경과에 따른 톤의 변화 방식이 톤을 악기의 음향으로 해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밝혀졌습니다. 피아노를 예로 들면 건반을 눌렀을 때 나는 소리에는 현을 직접 켰을 때 나는 복잡한 화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리가 지속될수록 이 음은 점차 고조파 함유량이 적은 정현파 같은 파동을 닮아갑니다. 시간 경과에 따라 분명하게 음이 변하기 때문에 피아노의 음을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야마하는 전자 악기로 어쿠스틱 악기만의 자연스러운 음색을 만들어내면 음향에서 이러한 변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수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야마하의 신디사이저 개발의 역사는 시간 경과에 따른 음향의 변화와 Electone을 통해 보다 흥미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과 함께 시작된 것입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이유
1세대 Electone에 사용된 톤 생성 시스템은 극히 단순했습니다. 키보드의 각 건반에는 어떤 건반을 누르든지 소리를 생성하는 자체oscillator(톤 제너레이터)가 있었습니다. 키보드에 건반이 40개라면 이 악기에는 40개의 oscillator가 있고 각 쌍은 스위치나 버저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시간 경과에 따라 음향 수정이 가능한 새로운 회로를 사용한다는 것은 바로 키보드의 모든 건반에 오실레이터를 각각 하나씩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 수준을 고려해 볼 때 턱 없이 많은 설계 비용과 사이즈가 지나치게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한된 수의 회로를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려면 새로운 제어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악기에 제어 회로가 8개라면 최대 8개의 다성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8개의 다른 음을 동시에 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3옥타브 구성에 건반이36개일 경우, 이 새로운 기술은 특정 건반 연주에 대한 응답으로 어떤 회로를 작동시킬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야마하는 해결책으로 건반의 순서, 현재 누르고 있는 총 건반의 수, 기타 관련 요인을 기반으로 회로를 건반에 효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이 장치를 건반 지정기라고 하며 오늘날 다이나믹 음색 할당(DVA) 기술의 선조라 할 수 있습니다. 톤 제너레이터가 여전히 아날로그 기술에 의존하고 있던 1970년대 초반에 이미 건반 지정기에 디지털 회로가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건반 지정기의 사용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시대에 디지털 기술 도입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SY-1의 탄생
1973년, 야마하는 코드명 GX-707인 원형 개발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클러스터 전압 제어를 기반으로 하는 이 악기는Electone GX-1의 선조라 할 수 있습니다. 생김새는Electone과 흡사했지만 사실 8음 동시발음 신디사이저였습니다. 상단건반과 하단건반은 8 음 다성 음색을 지원하는 한편 솔로건반과 페달건반은 둘 다 단일 음색이었습니다. 하지만 Electone 라인의 주력 모델이었던 이 원형은 콘서트 무대용인 “극장 모델”로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무게가 300kg이 넘는 콘솔과 톤 편집을 위해 별도의 보드가 필요했던 이 악기는 일반 판매용으로는 부적합하여 오늘날까지도 틈새 악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GX-707에는 표현력이 극히 우수한 톤 제너레이터가 있었지만, 야마하는 기존의 Electone과 함께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솔로 부분 키보드 제품에 이용할 기술을 택했습니다. 이리하여 SY-1 모노포닉 신디사이저가 탄생했으며 야마하 최초의 신디로서 1974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는 일반적으로 단일 음색에서 다중 음색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반대 패턴, 즉 다중에서 단일로 변화한 것은 야마하만이 가지는 사고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SY-1에 건반 지정기는 없었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음향을 변화시키는 엔벌로프 제너레이터가 있었습니다. 신디사이저에 사용된 엔벌로프 제너레이터는 일반적으로 ADSR이라는 글자로 식별되는 네 단계로 구성됩니다. A: 어택 타임(attack time)은 건반을 누르는 시간과 그 음이 피크 레벨에 도달하는 시간 사이의 조정 가능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D: 감쇄 타임(decay time)은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 음향이 이 피크에서 서스테인(sustain) 레벨로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S: 서스테인 레벨(sustain level)은 최종적으로 도달한 음을 유지하는 일정한 음량입니다. R: 릴리스 타임(release time)은 건반을 놓았을 때 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건반 연주, 건반 누름, 건반 놓음에 대해 시간 경과에 따라 음향의 변화를 조정하는 각각의 파라미터용 컨트롤러가 사용됩니다. 그러나 Moog와 Minimoog 같은 모듈형 신디에 있는 진폭과 필터 엔벌로프의 ADSR 단계를 구성하기 위한 노브가 SY-1 제어 패널에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대신, 진폭 엔벌로프 조정을 위해 어택(Attack)과 서스테인(Sustain) 라벨이 붙은 슬라이더 한 쌍이 사용되며 어택 벤드(Attack Bend)라는 기능으로 피치와 필터 엔벌로프가 가능해 음이 시작될 때 고유 방식으로 조정됩니다.
SY-1은 플루트, 기타, 피아노 등 여러 악기의 음향을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프리셋 엔벌로프를 갖추고 있으며 이 기능은 톤 레버를 움직이기만 하면 작동됩니다. 오늘날에는 신디사이저의 프리셋 쉽게 불러 오기가 당연한 게 됐지만, 야마하가 최초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 이 기능을 넣었을 때는 굉장한 혁신이었습니다.
SY-1의 획기적인 또 다른 기능은 흔히 속도 감도로 알려진 터치 컨트롤이었습니다. SY-1이 등장하기 전, 전자 오르간에는 연주 중 표현력 향상을 위해 연주자가 음향 변조에 사용할 수 있는 음량 페달 또는 익스프레션 페달이 일반적으로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마하는 얼마나 건반을 강하게 치느냐 대신 톤을 기반으로 하는 변조를 목표로 다양한 원형 개발에 힘을 썼고, 마침내 건반을 완전히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지해 연주의 강도를 측정해내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SY-1에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CS-시리즈 콤보 신디사이저로 크로스오버
SY-1 출시 후 1년이 지난 1975년, 야마하는 Electone의 콘서트 모델로 GX-1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SY-1만의 기술을 이어받은 최초의 비(非) Electone 제품은 CS 시리즈인 콤보 신디사이저였습니다.
CS 신디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당시 트랜지스터 어셈블리의 형태를 하고 있던 컴포넌트인 톤 제너레이터와 컨트롤러에 집적 회로를 사용했던 점입니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 통합은 무게를 대폭 감소시키고 휴대성 개선을 촉진시켰습니다. CS 신디 라인 중 최고급품인 GX-1과 CS-80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 두 악기는 설계와 사용 방법 측면에서 확연히 달랐는데, GX-1이 300kg이 넘는 무게에 가격은 7백만 엔이었던 반면, CS-80의 무게는 고작 82kg에 불과했고 가격은 128만 엔으로 뮤지션이 따로 구입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야마하 신디사이저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두 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하나는 프로그래밍된 음향을 보관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요즘은 악기 메모리에 원래 음향을 저장하는 것을 PC에 파일을 저장하는 것과 같이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RAM이나 ROM이 없던 1970년대에는 음향 저장을 위해 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다음 그림은 CS-60 서비스 설명서의 한 부분으로 기술자가 악기 수리 시 사용했던 것입니다. (톤 프리셋 1) 회로라는 제목의 이 섹션에는 악기 이름, 저항값, 회로도가 있습니다. 신디사이저 레버는 가변 저항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전류와 전압을 제한할 수 있는 회로 소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같이 회로에는 특정 레버 위치에 대한 고정 저항값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 값들이 합쳐져 특정 음향이나 톤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당시 널리 사용된 이 회로를 "톤 보드"라고 불렀습니다.
GX-1 같은 악기에서 톤 보드는 음향 변화를 위해 직접 장착하거나 분리했습니다. 이처럼 야마하는 당시 이미 아날로그 형식의 ROM 카트리지와 다르지 않은 음향 저장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CS-80에는 네 개의 원래 음향 사이에서 즉각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특히, 가지고 있는 메모리 소자 완전 세트 네 개에서 각 세트의 메모리 소자 한 개는 특정 악기 컨트롤러 한 대에 해당하므로 네 개 세트 각각은 사용자가 만든 음향에 대한 컨트롤러 위치를 모두 저장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야마하 신디사이저만이 가진 또 다른 특유의 특징은 IL-AL 형식의 엔벌로프 제너레이터입니다. IL과 AL은 각각 초기 레벨(Initial Level)과 어택 레벨(Attack Level)을 의미하며, 이들 엔벌로프 제너레이터는 표준 ADSR 형식과는 약간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ADSR 엔벌로프에서 어택 단계의 시작에 해당하는 값은 기본값 0입니다. 제너레이터가 생성한 엔벌로프를 필터에 적용할 경우 음향이 시작될 때의 톤은 현재 차단 주파수 설정이 결정하지만, 피크 어택일 때와 음이 유지되는 동안의 톤은 엔벌로프 제너레이터의 깊이와 서스테인 레벨값과 결합하여 차단 주파수 설정이 결정합니다. 이들 톤은 다중 설정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 경과에 따라 음향이 달라지는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초기 레벨과 어택 레벨 설정에서 엔벌로프를 적용할 경우 필터의 차단 주파수가 생성된 톤을 결정하는 반면, 음은 유지되고 IL 컨트롤러와 AL 컨트롤러는 어택 단계의 시작과 피크에서 개별적으로 톤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특히 자연스러운 음향의 톤을 재현하려고 할 때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 야마하 특유의 기능인 IL-AL 형식 엔벌로프 제너레이터로 고품질 음향 창조라는 야마하 개발자들의 약속이 한번 더 입증된 셈입니다.
CS-80에 있던 리본 컨트롤러라고 하는 포르타멘토 표시줄은 피치를 부드럽게 구부리는 데 사용하고, 애프터터치 기능은 누르고 있는 건반 각각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톤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런 기능들이 현대 신디사이저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40년 전에 이 기술을 고안하고 구현한 야마하 신디사이저 개발팀의 기술력이 얼마나 우수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컴팩트한 디자인, 기능의 향상
1970년대 후반 야마하가 CS 시리즈를 저렴한 모노포닉 신디사이저로 확대하면서 아마추어 뮤지션들도 이 악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CS 시리즈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어느 정도는 전자 회로 집적화의 급속한 발전과 그로 인한 가격 인하 덕분에 1978년 출시되었던 CS-5의 무게는 7kg에 불과했고 판매 가격은 62,000엔이었습니다.
오늘날 야마하 신디사이저에 담겨 있는 기술과 기능 중 상당 부분이 이처럼 컴팩트하고 저렴한 악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 구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CS-15D의 휠 형식 피치 벤드와 변조 컨트롤러는 야마하 악기 특유의 특징이 되었으며 MOTIF XF 최신 모델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1979년 CS-20M이 출시되면서 음향 저장 기술의 디지털화를 맞이했습니다. 1981년에 출시된 CS-70M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현대 악기와 매우 유사했는데 특히 자동 튠 기능을 통해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튜닝 문제를 해결했고, 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용으로 구현되는 내장형 시퀀서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82년CS-01은 신디사이저계의 중추였습니다. 배터리로 작동되고 미니 건반, 내장 스피커, 어깨 끈이 있었던 이 제품은 음향 합성과 사용 방법 모두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합성음 신형 창조의 노력
1974년에 시작된 야마하의 신디사이저 개발은 마찬가지로 1970년대에 시작된 톤 제너레이터 기술의 많은 발전과 더불어 나란히 전개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예는 198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끈 FM 합성과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펄스 아날로그 합성 시스템(PASS)에서 찾을 수 있으며, PASS는 1977년 Electone 톤 제너레이터에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원형 기술을 통해 생성된 음향을 녹음하면서 특히 SY-1에 사용된 아날로그 합성 방식이 실제로 상업상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완벽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당시 야마하 개발자들이 발전성이 꽤 높은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밝혀내고 즉시 활용한 점은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야마하에게 첫 번째 Electone으로 D-1을 출시한 후에도 해결해야 할 음향 품질 관련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악기들을 어쿠스틱 악기들처럼 표현력이 풍부하게 만드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간 경과에 따른 톤과 음량의 변화가 매우 중요함을 밝혀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음향을 얻으려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바로 착수됐습니다. 일본 경제의 고성장 시기를 상징하는 일화일 수 있지만 당시 야마하 사장은 개발팀에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나에게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가져 올 것”이라는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열정과 헌신으로 1970년대 야마하 신디사이저의 눈부신 발전은 수 많은 원천 기술을 탄생시켰으며, 악기로서 신디사이저가 누릴 인기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