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톤 제너레이터 시스템의 진화 및 음악 제작 접근법

샘플링 기반 톤 제너레이터의 등장

SY77

야마하는 FM 톤 제너레이터 개발로 박차를 가해 1980년대에 신디사이저를 디지털 기술로 전환했고, 집적 회로의 발전을 활용하여 여러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그 중 하나인 개발 기술은 톤 제너레이터로 사용될 어쿠스틱 악기의 실제 음향(흔히 “샘플”이라고 함)을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하는 것입니다. 드럼, 타악기, 이펙트 노이즈 및 이와 비슷한 타음향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샘플링에 매우 이상적이며 이들 녹음을 다시 재생할 때는 피치나 음색을 아주 약간만 조정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샘플링 기술로 이런 음향과 기타 어쿠스틱 악기 소리를 쉽게 재현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1980년대에는 드럼머신과 기타 유사 제품에 펄스 부호 변조(PCM)로 알려진 샘플링 기반 톤 생성 방법을 이용하기 시작한 악기 제조업체들이 많았습니다. 야마하에서는 이런 유형의 엔진을 AWM(Advanced Wave Memory) 톤 제너레이터라고 부릅니다.

이런 종류의 톤 제너레이터는 드럼 음향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피아노, 기타, 감쇄 시간이 긴 기타 악기에서 녹음된 샘플뿐만 아니라 오르간류의 지속 음향도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주된 사용 모드는 샘플러로 녹음된 악기 음향을 있는 그대로 재생하였으며 실제 음향 생성을 위해 신디사이저에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AWM 톤 제너레이터가 독창적으로 음향을 설계하는 신디 엔진이나 표현력이 풍부한 라이브 공연 악기로서의 기능을 다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중 난제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필터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필터를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장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수학 공식을 이론적으로는 제대로 이해했지만, 이 공식을 디지털 회로 내부에 복제했을 때는 아날로그 필터만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아날로그 신디 특유의 기능인 "공명"에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필터 신디사이저를 앞서 출시한 타 악기 제조업체 대부분이 시장에서 실패했습니다. 전혀 공명하지 않는 신디사이저가 많은 한편 이 특유의 필터 작동을 인위적으로나마 흉내 내려는 신디사이저도 있었습니다.

당시 야마하는 아날로그 필터를 재현하는 디지털 필터를 실제로 개발했지만 한참을 기다려 1989년 SY77 디지털 신디사이저에 이 기능을 넣어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SY77에는 AWM 톤 제너레이터와 FM 톤 제너레이터가 모두 장착되어 디지털 필터와 함께 음향을 다듬어 놀라운 표현력을 자랑했습니다. 이 두 가지 새로운 톤 생성 방식에 각각 AWM2(Advanced Wave Memory 2) 신디시스, AFM(고급 주파수 모듈레이션) 신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SY77은 샘플링과 FM의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흥미로운 음향 생성이 가능했으며 AWM2 엔진의 PCM 웨이브가 AFM 톤 제너레이터 상에서 오퍼레이터 웨이브로도 사용될 수 있는 등의 다양한 혁신적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디지털 필터의 차단 주파수와 공명 파라미터는 건반 속도 및 애프터터치 사용으로 제어되며, 이 모든 기능을 합해 RCM(실시간 컨벌루션 및 모듈레이션) 시스템이라고 했습니다. 출시 당시 SY77신디에는 매끄러운 디지털 필터와 당시 디지털 톤 생성의 양대 산맥인 PCM과 FM이 결합되어 있어 거의 신의 선물과도 같았으며 1990년대 첨단 신디사이저 기술의 꽃이었습니다.

Image of SY77 catalog and SY77 owner's manual

다중음색

TG55

90년대 신디사이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다중음색 톤 제너레이터의 개발입니다. 다중음색이란 여러 종류의 음향을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악기의 능력을 말하며 음악 제작에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라이브 연주를 하는 키보디스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다중음색기능으로 드럼, 베이스, 피아노, 솔로파트 등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함께 재생할 수 있습니다. 다중음색기능은 8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MIDI 시퀀서가 인기를 얻자 그 진가를 인정 받게 되었으며, 신디사이저 한 대만으로 전체 편곡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당시 다중음색 신디는 정식 데모 테이프 제작 및 키보드 연주와 함께 가는 배경 트랙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다중음색 기능이 있는 톤 제너레이터가 FM시대보다 약간 앞서 존재했지만, 다중음색에 대한 관심은 AWM2와 기타 유사 톤 제너레이터가 실현시켰던 어쿠스틱 악기 소리를 고품질의 매우 사실적인 음향으로 재현해내는 신디사이저가 등장하면서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동시에 신디 업체들간의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더 싸고 더 많은 음 또는 음색의 동시 재생이 가능하고 음색 선택의 폭이 넓은 제품 생산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MIDI 시퀀서를 사용해 자동 다중음색 재생을 하고자 할 경우 필요한 음색의 수만큼 신디사이저를 구입하기 위해 수 십만 엔을 써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악기 하나로 이 모든 음향을 동시에 만들 수 있습니다. 여덟 개의 다중음색을 지원하는 톤 제너레이터 모듈로 이 부분을 보완하는 업체들이 많았지만 야마하의 TG55는 마치 SY77과 SY55라는 획기적인 악기가 음악 프로듀서의 수를 엄청나게 늘린 것으로 이름을 알렸듯 열여섯 개의 다중음색 음향시스템으로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야마하 PCM 신디사이저의 진화

SY99

샘플링 기술 기반의 톤 제너레이터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신디 생산업체들은 PCM 톤 제너레이터 기반의 다양한 악기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업 간의 경쟁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러한 과열 경쟁 속에서 야마하는 SY77용으로 개발된 AWM2 톤 제너레이터를 보강하고 다른 여럿 응용 기술을 모색했습니다.

SY77 출시 후 일년 만인 1990년에 등장한 야마하 SY55가 이룬 중요한 기술 발전은 "요소"라 불리는 네 개의 컴포넌트의 동시 사용 기술로 각각의 요소가 샘플링된 웨이브를 사용해 음향을 생성합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음향이 매우 예술적이고 독창적으로 다듬어집니다. 예를 들어 원래 음색은 피아노의 어택 부분을 플루트의 서스테인 부분과 결합시키거나 트럼펫, 트롬본, 알토 색소폰, 테너 색소폰에서 혼 부분의 음향을 모으는 방식으로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펙트 유닛이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의 수혜자로써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신디 소유자는 이미 악기에 내장되어 있는 이펙터만을 사용해서 자신의 음향을 전문가용 녹음 스튜디오의 전용 하드웨어 장치만큼 양질의 높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1년에 출시된 SY99로 AWM2 톤 제너레이터에서 사용하기 위한 외부 음향 샘플링이 가능 했습니다. SY99은 이 기능과 다른 새로운 기능을 통해 확장성 및 음향 생성 기능을 크게 강화시키며 PCM 신디사이저 진화에 있어 주요 사건이라는 한 획을 그었습니다. 1990년대 상반기에 완성된 AWM 톤 제너레이터 설계는 “요소” 및 기타 관련 용어들과 함께 오늘날 야마하의 MOTIF 시리즈 악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워크스테이션 시대의 도래

Images of Yamaha digital instrument catalog

1980년대 후반에 사용되었던 하드웨어 시퀀서(QX 시리즈 시퀀서 등)는 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점차 컴퓨터 기반 소프트웨어 시퀀서로 대체되었습니다. 녹음 스튜디오를 가면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MIDI 인터페이스, 샘플러, 신디, 랙에 로딩되는 기타 톤 제너레이터, 공연 데이터 입력용 마스터 키보드 등 케이블이 얽히고 설켜있는 수 많은 디지털 장치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컴퓨터 기반 유형의 음악 제작 시스템을 사용하면 뮤지션 한 명이라도 어떤 트랙이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연주하고 녹음하여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건반 연주자의 자격이 더욱 까다로워 졌으며, 이즈음부터 신디사이저 개발 과정은 악기로서의 신디사이저 필요조건에 따라 두 경로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경로는 단순히 톤 제너레이터로 사용되는 신디에 대한 예측입니다. 관악기와 기타(guitar) 신디를 사용해 톤 제너레이터를 연주한 경우도 있었지만, 컴퓨터 기반 음악 제작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사용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톤 제너레이터는 컴퓨터나 또 다른 MIDI 신호 소스로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과거의 신디사이저처럼 건반에 통합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마하에서 출시한 것이 TG 지정 하에 있는 랙 장착 및 데스크톱 형식의 다양한 톤 제너레이터입니다.

신디 개발의 두 번째 경로는 키보디스트와 편곡자 모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워크스테이션으로의 개발로써 이는 당시 대부분의 건반형 신디사이저에서 고수한 포맷입니다. 워크스테이션만 있으면 특정 컴퓨터 기술 없이도 완전한 튠 생성이 가능하고 복잡한 케이블 없이 음악 제작을 마칠 수 있으며 스튜디오 수준의 고품질 오디오로 창조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나온 SY99은 이러한 요소를 모두 제공하여 1990년대 워크스테이션의 최고봉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Y 시리즈는 야마하 워크스테이션 신디사이저의 기원입니다.

새로운 톤 생성 기법의 추구

Images of VL1 Owner's Manual

1990년대 초반부터 신디 음향 생성의 중추였던 톤 생성에 대한 샘플링 방식과 PCM 방식의 핵심에는 실제 악기 녹음과 재생이 있습니다. 양질의 녹음과 재생으로 원음과 똑같은 음향을 복제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 기능을 믿을만한 악기로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유인즉 음향 재생을 위해 피치와 음색을 실시간으로 제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에 건반이 88개고 음계 고유음의 수도 이와 동일할 때, MIDI로 연주 강도가 127레벨 음계에 표현되고, 사실적인 음향은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고 다른 음향과 결합하며, 컨트롤러는 뛰어난 표현을 위해 음향을 변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가능성을 다루는 다른 많은 패턴을 녹음하고, 재생에 필요한 가장 적절한 방법을 바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느리고 값비싼 메모리와 프로세서로 상당량의 녹음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면에서 당시 기술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습니다.

야마하의 FM 톤 생성 시스템은 메모리가 크지 않더라도 표현력이 매우 우수한 음향을 생성할 수 있었지만, 야마하 신디사이저 개발팀은 어쿠스틱 악기 소리에 훨씬 가까운 사실적인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톤 생성을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 결과 실제 악기 모델링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Images of VL1 catalog

실제 악기 모델링이란 음향을 만들어낼 때 실제로 발생하는 물리적 활동을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한 다음 이를 이용해 프로세스 전체를 모델링하기 위해 사용되는 톤 생성 접근법입니다. 색소폰의 음향을 만든다고 할 때 이런 종류의 톤 제너레이터는 뮤지션이 악기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이 공기가 리드를 진동시키고 진동 음향이 색소폰 바디 내부의 동조적 공명 진동에 의해 증폭되는 과정을 아주 정확히 모델링합니다. FM 합성의 경우, 이 방법은 1980년대에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기초 연구를 시작하고 개발한 이론적 접근법을 토대로 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새로운 톤 생성 시스템의 개발이 시급한 문제가 되고 당시의 야마하 신디사이저 개발팀이 실제 악기 모델링을 신디에 사용하기 위해 실용적 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R&D에 착수했던 9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연구를 성공시키기 위해 팀의 모든 인력이 동원되었고, 그 노력의 결과는 세계 최초 실제 악기 모델링인 가상 어쿠스틱(VA) 톤 제너레이터라는 성공을 낳았습니다. 1993년 야마하는 이 톤 제너레이터를 VL1 신디사이저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자랑스럽게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단 2음 동시발음인 이 독특한 신디는 훨씬 높은 수준의 동시발음으로 여러 다양한 악기 소리를 동시에 만들어내며 신디사이저 시대를 풍미했던 SY 시리즈 및 기타 유사 악기와는 완전히 대조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VL1은 색소폰과 트럼펫 같은 관악기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의 음향을 놀랍도록 똑같이 재현하여 인기를 독차지했습니다. 이러한 리얼리즘이 가능했던 이유는 악기 모델의 음향을 제어하는 모디파이어가 악기라는 음향 제너레이터의 신호를 처리하고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관악기의 경우 마우스피스나 리드에 해당하는 악기는 모델의 재료나 형태를 규정하는 모디파이어와 결합됩니다.

VL1-m

VL1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파라미터를 악기와 모디파이어에 지정하여 파라미터 동작을 변조할 수 있었지만 이 신디의 사실적 음향을 진정으로 가능하게 한 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의 신디사이저와 달리, 건반을 누른다고 음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관악기를 모델링하는 경우, 브레스 컨트롤러로 VL1을 설정하여 음향을 생성하였습니다. 브레스 컨트롤러란 부는 세기에 따라 MIDI 파라미터를 변화시키는 장치를 말합니다. VL1을 사용하는 뮤지션은 키보드의 건반을 누르면서 이와 동시에 모델링한 악기를 부는 것과 정확히 동일하게 브레스 컨트롤러를 불 수 있습니다.

VL1이 특별했던 이유는, 당시 MIDI와 호환되는 모든 신디가 브레스 컨트롤러를 사용해서 음량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컨트롤러를 불었던 강도를 토대로 톤과 피치의 미묘한 변화까지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색소폰이나 트럼펫 등의 악기를 충실하게 모델링 했으며 그 결과 극히 사실적인 음향 연주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신디사이저가 내는 관악기 소리를 진짜 관악기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출시 당시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후속 모델로는 톤 제너레이터 모듈로 VL1을 장착한 VL1-m과 가격이 저렴한 VL70-m이 있고, 오늘날까지도 관악기 신디사이저 뮤지션들이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VL1, VP1

야마하는 VL1에 사용된 자체 진동형 VA(S/VA) 톤 제너레이터 외에도 자유 진동형(F/VA) 톤 제너레이터와 VP1 가상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개발했고 그 다음 해에는 이 엔진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F/VA 톤 제너레이터는 타악기와 현악기의 치기, 튕기기, 활로 켜기 등 다양한 변주를 모델링할 수 있는데, 기존의 음향을 모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악기를 모델링할 수도 있었는데 이는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VL1과 VP1 신디사이저는 기술적으로 매우 앞서 있었고 표현력도 우수했지만 이들 악기를 연주하려면 브레스 컨트롤러 등 여러 개의 다양한 컨트롤러를 동시에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뮤지션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키보디스트들로부터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고 틈새 악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90년대 경제의 영향

VP1

1980년대에 야마하는 획기적인 DX 시리즈를 통해 스스로 디지털 신디사이저 개발 리더의 자리를 굳혔습니다. 강력한 SY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인 80년대 후반에는 PCM 신디 시대의 시작과 함께 AWM2 톤 제너레이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야마하의 신디 제작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야마하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요소 중 하나는 환율 변동이었습니다. DX7이 출시된 1983년에는 미화 1달러가 대략 240엔이었던 환율이 SY77이 출시되던 1989년에 이르렀을 때는 145엔으로 크게 하락해 있었으며, SY99가 출시되던 1991년 말에는 130엔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부터 VP1이 출시되던 1994년까지 엔화는 더욱 강세를 보였고 결국에는 100엔 미만으로 내려갔습니다.

DX7 시대에 야마하는 전세계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자랑스럽게 고성능 신디사이저를 제공했지만 90년대의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으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심하게 약화되었습니다. 특히 야마하의 초보자용 신디사이저들이 해외 시장에서는 대상 고객들의 예산을 초과해 중간 또는 고가의 제품으로 분류되었습니다.

Logo: General MIDI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어려움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일본 경제는 1991년 이후로 빠르게 위축되었으며 상대적으로 고가품이던 전자 악기는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일본 제조업체들도 제품군 간소화, 다중 모델 간 기능 공유, 저렴한 제품으로 라인업 재구성 등을 실시하며 난관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신디사이저의 탄생은 뮤지션들에게 어쿠스틱 악기와 동일한 수준의 표현력을 제공하려는 욕구에서 시작됐지만, 샘플링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어쿠스틱 악기 소리와 똑같은 음향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신디사이저는 독창적인 음향 설계를 위한 기능보다 어쿠스틱 악기의 대안으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기술의 개발로 동일한 연주 데이터를 사용하여 타제조사들의 신디 음향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1991년에는 MIDI 메시지에 반응하여 음향을 만들어내는 신디사이저용 일반 MIDI(GM) 표준이 발표되었으며, MIDI 연주 데이터 교환을 위한 공통 포맷으로 표준 MIDI 파일(SMF)이 개발되었습니다. 그 결과, 신디 구매자들은 신디사이저 특유의 기능과 연주 능력보다는 생성되는 음향의 차이와 음악 제작의 적합성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W5

이런 추세에서 실마리를 얻은 다른 신디 업체들은 하드웨어와 기능 개발에 전념하던 자원을 축소하고 대신 PCM 신디사이저의 중추인 파형의 품질과 다양성에 노력을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업체들은 디지털 콘텐츠에 기반해 경쟁 및 차별화에 전력을 다했고 그 결과 고객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야마하는 이러한 시대적 동향에 부응하여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기술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야마하는 성능 중심의 VL 모델과 VP 모델의 정반대되는 부분에서 야마하 워크스테이션의 음악 제작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위해 1994년에 W 시리즈를 출시했고, 1년 후에는 XG MIDI 형식 지원 모델인 QS300 신디사이저를 출시했습니다. W 시리즈 신디는 당시 가장 많이 사용된8MB 웨이브 메모리, 6개의 독립적 이펙트 프로세서, 모든 상황에서의 16개 다중 음색, GM 지원을 갖춰 특히 고품질 음악 제작에 아주 적합했습니다. 하지만 SY 시리즈 악기와는 달리 전문 키보디스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QS300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톤 제너레이터의 개발, 혁신적 기능 추가, PCM 톤 제너레이터의 추가 개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됐고 훌륭한 신제품도 많이 개발되고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신디사이저 시장과 일반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이로 인해 위태로웠던 야마하 신디의 상황이 더욱 악화된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1990년대 상반기 야마하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QY 시리즈 뮤직 시퀀서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XG 형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누구나 쉽게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 30가지가 넘는 야마하 SY 시리즈와 TG 시리즈 제품(EOS B 시리즈, P 시리즈, VL/VP 시리즈, W 시리즈, QS300, A7000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업그레이드했음에도 야마하 신디사이저는 공연 무대와 스튜디오에서 서서히 사라져갔습니다. 야마하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 방안을 모색했지만 신디사이저 사업은 계속되는 난관에 봉착할 뿐이었습니다.